기대 인플레이션과 물가 불안

인플레이션 보다 더 무서운 경제지표

기대 인플레이션

기대 인플레이션이란 경제 주체들이 생각하는 1년 뒤 미래 물가 전망을 말하는데, 이번달 우리나라의 기대 인플레율은 3.1%를 기록하면서 9년 만에 최고치를 찍었다고 하네요.

최근에 이렇게 기대 인플레율이 최고치를 찍은 이유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중국의 코로나 봉쇄 사태가 맞물리면서 공급 대란에 따른 물가 상승을 점치는 심리가 확산했기 때문입니다. 여기서 기대 인플레이션이란 실제 물가 상승보다 훨씬 무서운 개념으로 받아들여지는 용어입니다.

그 이유는 기대 인플레이션이 높아지면 물가 불안 심리가 확산되는데, 이런 심리의 영향으로 실제 물가도 더 크게 오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즉, 물가 불안 심리로 조급해진 소비자들은 더 빠르게, 더 많은 상품을 구매해 물가 상승을 가속화하게 되고, 불안해진 기업과 자영업자도 원가 부담 이상으로 더 크게 물건 가격을 올리게 되는 것이죠. 그래서 이런 연쇄 효과를 막기위해서라도, 정부 당국이나 연구기관이 기대 인플레이션매우 중요한 변수로 여기고 잠재우기 위해 노력한다고 합니다.

기대 인플레이션이 물가 상승을 유발하는 단계별 메커니즘

물가 불안이 확산하면 자연스럽게 소비자들의 임금 불만이 증가하게 됩니다. 그래서 이로 인해 근로자의 임금 상승 요구 심리가 강해지게 되죠. 그리고 기대 인플레이션은 시차를 두고 실제 임금 인상 움직임에 반영되는데, 각종 기관들은 올해 하반기부터 기업들의 임금 상승 압력이 심해질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상황에서는 기업들 역시 이미 올라간 원가 부담에 제품 가격을 올리고 있기 때문에 기업의 제품 가격을 인상하게 됩니다. 그런데 여기에 임금을 올려달라는 압박이 거세지면 물건 값을 추가로 높일 수밖에 없습니다.

즉 이 시뮬레이션 메커니즘에 따르면, 기대 인플레이션이 높아지면 임금과 물가 간의 악순환은 인플레를 실제로 고착화 시킬 우려가 크기 때문에, 정부와 중앙은행도 각별한 정책적 대응에 나설 수 밖에 없습니다.

가격 수용자와 가격 조성자

인플레 국면에선 가격 수용자보다 가격 조성자가 유리합니다. 자원 강국인 호주가 대표적인 가격 조성자라고 할 수 있죠.

올해는 달러가 지속적인 강세를 보이고 있는데, 호주 화폐는 여전히 달러 대비 1.6% 강세를 보이는 반면, 우리나라는 가격 수용자에 해당되기 때문에 원화가 달러 대비 6.4% 약세를 보이고 있고, 원화의 약세로 인해 수입 물가가 치솟고 인플레이션 압력이 더 거세지고 있습니다.

결국 인플레이션을 잡으려면 어떻게든 원화를 강세로 돌려놔야 하는 것이죠. 하지만 현재의 금리 인상 등과 같은 통화 정책만으론 역부족이란 의견이 나오고 있습니다. 영국처럼 유류세 등의 세금 인하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죠.

통화 정책의 방향

흔히 공급 문제 때문에 생긴 인플레이션은 수요를 건드리는 금리 인상과 같은 통화 정책으로 대응하는 게 적절치 않다고 이야기 합니다. 즉, 공급 충격이 해소될 때까지 물가 상승이 일시적으로 일어나는 거라면 굳이 금리까지 올리면서 통화량을 줄일 필요가 없다고 보는 것입니다. 하지만 향후의 기대 인플레이션으로 인한 물가 불안 심리가 확산 중이라면, 오히려 적극적으로 통화 정책을 구사할 필요가 있다고 합니다.

물가는 결국 ‘한 경제 안의 재화 대비 화폐의 비율’에 따라 결정되는데, 적극적인 통화 긴축으로 화폐 비중을 낮춰버리면 재화의 상대적 가치는 낮아질 수밖에 없고 물가는 잡힌다는 이론입니다. 물론 이 경우에는 당연히 경기 침체라는 부작용이 생길 수 밖에 없는데, 이보다는 물가 안정이란 긍정적인 효과가 장기적으로는 더 크다는 것이 정설이라고 합니다. 물론 역사적인 경험으로도 증명된 부분이라고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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