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센티브: 경제학에서 배울 수 있는 가장 중요한 교훈

직원을 잘 다루는 CEO의 비밀

영국의 죄수와 인센티브

18세기에 영국은 죄수들을 호주로 이송했는데, 이 당시 영국은 선장들에게 배에 태운 죄수의 수만큼 돈을 지불했습니다. 죄수들을 태운 배는 자그마치 6개월 동안 항해를 해야 했는데, 선장들은 죄수의 수만큼 돈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자신의 배에 무조건 많은 죄수를 태우려고 했을 겁니다.

당연히 죄수들의 안전이나 건강은 뒷전이었고, 죄수들에게 나누어 주어야 할 식량도 제대로 지급하지 않고, 호주에 가서 시장에 팔아버리는 일이 비일비재했겠죠?

이런 사정으로 이송되는 죄수의 3분의 1 정도는 항해 중에 사망하고 마는데, 그나마 살아남은 죄수라도 거의 뼈와 가죽만 남아있는 몸에, 오물과 벼룩에 뒤덮여 도착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고 전해집니다.

때문에 영국은 이런 일들로 매우 골머리를 앓았는데, 사실 해결 방법이 없었던 것은 아니었을 겁니다. 이를 해결하는 한가지 방법으로 규제와 절차를 만들면 되는 것이기 때문이죠.

예를 들어, 죄수를 실을 수 있는 한도를 법으로 정하고, 항해 중 햇빛을 쬘 수 있는 시간을 강제하고, 충분한 식량과 의료품이 없으면 규제하는 등의 각종 절차를 만들고, 외부의 감사도 하는 식이죠.

하지만 이런 절차를 만들고 운영하는데에는 매우 큰 ‘행정 비용’이 수반됩니다. 그리고 절차를 만들고 운영한다고 해도, 행정은 대체적으로 효과가 적고 비효율적입니다. 절차를 회피하는 각 종 변칙과 뇌물 매수 등이 끝없이 이어지고, 이를 막기 위한 학습의 자리와 더 많은 공무원이 필요하게 됩니다.

그런데 경제학의 관점에서 이는 모두 불필요한 절차에 불과합니다. 실제로 선장들은 이런 절차의 개입없이 바뀌게 되었는데, 그들이 바뀌게 만든 것은 바로 인센티브 제도였습니다.

바로 죄수가 건강하게 호주에 도착하는 수대로 돈을 지불하는 것으로 제도가 바뀐 것이죠. 인센티브 제도로 바뀐 후에 출발한 세 척의 배에는 총 322명의 죄수를 태웠는데, 사망한 죄수는 단 2명이었습니다. 원래대로라면, 앞에서 이야기한 것 처럼 절 반 이상이 사망했을 텐데 말이죠.

인센티브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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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죄수의 이야기에서 알 수 있었던 것 처럼, 기존의 절차를 따르면서 이를 개선하려고 하는 대신, 돈을 지급하는 절차와 기준의 변경만으로 큰 변화를 만들어 낼 수 있습니다. 이것이 바로 인센티브의 강력한 힘이죠.

모든 사람은 자신의 이해관계에 따라 행동하는데, 사실 인간 뿐만 아니라, 모든 동물들도 모두 자신의 이해관계에 따라 행동한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가끔은 자신의 이해관계가 아닌 사적인 감정 또는 윤리적 사고에 따라 행동하는 경우도 있지만, 근본적으로는 기회와 보상, 처벌과 위험을 치밀하게 계산하고 재단합니다.

누군가는 이 과정에서 얻는 도파민이 인류의 유일한 화폐라고 주장하기도 했죠. 영국 죄수의 이야기에서 처럼, 규제를 통해서는 처벌의 확실성을 어느 수준 이상으로 높이는 것은 매우 어렵습니다. 하지만, 기회와 보상을 통해 모든 사람에게 더 효율적으로 따르게 만들 수 있습니다.

즉, 이것이 바로 핵심입니다. 보상이 인지되는 구조를 바꾸는 사소한 변화가 행정적 절차를 강화하고 바꾸는 것보다 더 중요하고 효과적입니다.

인센티브라는 개념은 경제학에서 기본적인 개념이고, 사회주의나 공산주의가 무너지고 자본주의가 승리하게 된 배경입니다. 이미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는 개념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눈에 보이는 모든 정책의 결정에서부터, 정치, 사회, 경영 등에 이르기까지, 이렇게 강력한 인센티브의 힘을 이해하고, 제대로 적용하는 사례가 너무나 부족합니다.

극단적으로 단순화 시킨다면, 경영자가 조직에서 하는 업무의 99%가 이 인센티브를 디자인하는 일이라고 정의할 수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대부분의 리더들은 이를 정확히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정치의 인센티브

인센티브를 바꾸면 작은 변화 만으로도 큰 성과를 낼 수 있습니다. 정치권은 예산을 막대하게 늘리고 공무원을 배정하여 각종 규제들을 생산해내고 있지만, 규제를 줄이고 인센티브를 더 세밀하게 조정하여 효과를 내는 것에는 관심이 없습니다.

사실 정치인이라면, 눈에 드러나는 행동을 통해 표를 더 많이 받는 것이 인센티브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실질적인 중장기 성과에는 관심이 없을 수 밖에 없습니다. 정치란 것은 눈에 드러나지 않게 세상을 바꾸면 표를 얻을 수가 없죠. 그래서 결과보다 과정이 더 중요하게 됩니다.

결국 더 효율적인 정치를 위해서라도, 이들에게 주어지는 인센티브를 바꿔야 할 필요성이 제기되어야 하지 않을까요? 고민해 볼 필요가 있는 부분입니다.

회사의 인센티브

회사에서는 어떨까요? 일반적으로 회사는 어떤 사고가 발생하면, ‘그 사고에 대한 처벌’이 매우 강력하고, 반대로 ‘사고를 내지 않았을 때의 보상’은 매우 높습니다. 때문에 ‘혁신하기 위해 위험을 짊어지는 행동’에는 큰 보상이 주어지기가 어렵습니다.

회사의 문화가 이렇다면, 혁신에 대한 보상 자체도 매우 낮을 것이기 때문에, 인간이라면 이러한 문화 속에서 자연스럽게 보수적으로 변하게 될 것입니다.

결국, 회사도 인센티브를 다르게 디자인하지 않고 구성원들을 탓하기만 한다면 변화를 가져올 수 없습니다. 경영자가 월급을 받지 않고, 회사의 성공에 따라 부를 축적할 수 있는 인센티브는 어떨까요? 스티브 잡스가 그랬고, 다른 뛰어난 경영자들도 시도한 방법입니다.

투자의 인센티브

투자 산업도 마찬가지입니다. 고객의 피해 사례가 생기지 않도록 투자 상품의 판매에 대한 규제는 강화되고 있지만, 고객의 장기적 성공을 도와주고, 고객의 충성도를 높이고, 장기적인 파트너쉽을 만들어줄 수 있는 각종 방법에는 아무도 신경을 쓰지 않습니다.

미국의 경우 30만 개의 독립투자자문업체가 있고, 이들은 고객을 만족시켜 수십년간 함께 성장해갔을 때 막대한 경제적 이익을 얻을 수 있다고 합니다. 즉 고객의 만족이 그들의 인센티브이기 때문에 스스로 시장의 사기꾼을 몰아내는 싸움을 하기도 합니다.

반면, 우리나라에는 금융 사기꾼이 매우 많죠. 건전한 인센티브 시스템이 없기 때문은 아닐까요?

아이의 인센티브

우리의 소중한 아이들도 마찬가지입니다. 부모의 입장에서 뭔가 마음에 안 드는 행동을 했을 때, 자녀들에게 궁시렁 궁시렁 잔소리를 해대면 자녀의 행동이 변화할까요? 오히려 구체적이고 명료한 룰을 제시하고, 이를 잘 따랐을 때 확실한 칭찬으로 보상하는 것은 어떨까요?

무형의 칭찬과 인정이 유형의 인센티브 보다 훨씬 강력한 인센티브라는 연구들이 많습니다.

인센티브 생각해보기

경제학에서는 인간의 기본적인 본능과 동기에 대한 연구가 많이 이루어집니다. 그리고 그 동기 안에서 인간의 성실함과 창의성, 윤리성을 발견하기도 하죠.

어떤 절차나 행정을 도입하기 전에 인간의 끊임 없는 적응력과 갈망에 대한 고려를 하는 것이 훨씬 더 효과적이라는 것이 다양한 사례로 증명되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 몇 가지 사례에 대해 생각하는 시간을 가져보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마약 통제하기

마약을 통제하고 싶으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강력한 규제를 해야 할까요? 일반적으로 마약상들은 엄청난 소득의 기회를 가집니다. 게다가 규제와 행정비용을 모두 소비자에게 전가할 수 있어 언제나 남는 장사를 합니다.

즉, 이런 엄청난 소득의 기회라는 인센티브 때문에 마약상들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한다고 해서 쉽게 통제할 수 없습니다. 그렇다면 이 ‘엄청난 소득의 기회’라는 인센티브를 뒤집을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요?

투표율 올리기

투표율을 올리고 싶으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누군가는 투표지에 복권을 붙이자는 의견을 냈다고 합니다. 이는 매우 경제학적인 아이디어인데, 복권 당첨금을 100억 원만 걸어도, 투표를 장려하기 위한 홍보비를 획기적으로 아끼고, 높은 투표율을 달성할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세수 높이기

세수를 높이고 싶으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거액을 탈세하는 사람들을 규제하는 것만이 유일한 답은 아닐겁니다. 현재로선 거액의 세금을 내는 사람에게는 어떤 인센티브도 없습니다. 하지만, 만약 충분한 인센티브가 주어진다면 거액의 소득을 올리는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순순히 세금을 낼 수도 있지 않을까요?

출산율 높이기

출산율을 높이고 싶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아이를 낳고 양육하는 비용은 점점 더 치솟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도 평범한 정도의 경제력을 가진 부모라면 누구나 아이가 태어났을 때의 그 놀라움과 기쁨을 온전히 느끼고, 기억할 수 있을 겁니다.

그런데 돈이 없는 부모는 어떨까요? 그들 역시 놀라움과 기쁨을 느끼겠지만, 한편으론 아이에게 죄를 짓는 기분이 들기도 할겁니다. 가난하고 돈이 없는 부모도 출산을 하면, 아이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지 않도록, 놀라움과 기쁨을 온전히 누릴 수 있도록, 경제적인 지원을 인센티브로 만든다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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