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SR 규제와 은행들의 초장기 대출상품 출시의 관계

DSR 규제의 허점

보통 주택담보대출을 받을 때 소비자가 확인하는 건 주로 “이자율이 얼마인지”, “집값의 몇%나 대출이 되는지” 정도일꺼야. 그런데 최근에는 이들 보다는 대출 만기가 얼마인지가 더 중요한 요소가 되고 있다고 해.

그동안 대출의 만기가 몇년인지에 대해서는 크게 관심을 두지 않았던 이유는 대출의 만기가 짧으면 다시 연장하면 됐고, 만기가 긴 대출을 받았다고 해서 그 대출의 만기까지 그 주택을 보유하고 있을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야.

이전에는 30년이나 35년짜리 대출이 만기가 가장 긴 대출이었고, 10년 전만 해도 만기가 20년보다 긴 대출은 거의 없었는데, 이전의 소비자들은 주택을 보유하는 평균 기간도 10년이 채 안됐었기 때문에 만기 20~30년짜리 대출은 별 의미가 없었던 거야. 즉 10년 안팎이면 대부분 집을 팔고 대출을 갚아버렸기 때문에 대출의 만기가 언제인지 궁금할 이유가 별로 없었던 거지.

그런데 최근에는 대출의 만기가 몇 년인지가 매우 중요한 질문이 되었어. 이는 집 값이 엄청나게 오른 상태에서 집 값의 상승도 계속되고 있기 때문인데, 이 때문에 은행들도 만기 40년짜리 초장기 주택담보대출 상품을 내놓고 있는 상황이야.

특히 최근 만기가 긴 40년짜리 대출이 등장하는 이유는 대출 규제, 특히 DSR과 관련이 깊기 때문인데, DSR 규제는 월소득 가운데 일정 비율 이상의 돈은 대출 원금과 이자를 갚는 데 사용해서는 안 된다는 규제라고 할 수 있어.

여기서 문제는 대출 원금인데 5억원을 빌려서 집을 구매할 때 만약 그 대출의 만기가 10년이라면 1년에 5,000만원의 원금을 갚아야 하지만, 대출의 만기가 40년이라면 1년에 1,250만원의 원금만 갚으면 된다는 계산이 나오지?

이렇게 매월 갚아야 하는 원금의 규모가 4분의 1로 줄어들게 되니까, 원금 상환액이 월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율도 그만큼 줄어들게 돼. 즉 초장기 주택담보대출 상품을 잘 활용하면 DSR 규제를 피해 대출을 훨씬 많이 받을 수 있게 되는 거야.

실제로 대출 금리 3.5%를 기준으로 연봉이 5,000만원인 근로자가 만기 30년짜리 대출을 받는다면 3억 7,000만원까지 받을 수 있는데, 만기 40년짜리 대출이라면 4억 2,900만원으로 대출 가능 금액이 대폭 증가하게 돼. 결국 만기가 길어질수록 대출도 더 많이 받을 수 있게 되는거야.

은행들이 만기 40년짜리 대출을 내놓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는데, 은행의 입장에서는 만기가 30년이든 40년이든 어차피 10년 이내에 집을 팔고 대출을 상환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아무런 차이가 없다는 논리야.

초장기 주택담보대출은 DSR 규제라는 것이 얼마나 그 근거가 약한 규제인가에 대해 생각해보도록 만드는데, 월 소득의 일정 비율 이상을 대출 원리금 상환에 쓰지 말라는 것이 DSR 규제의 취지이지만, 적절한 대출 만기가 몇년인지에 대한 컨센서스는 없기 때문에 똑같은 DSR 규제하에서도 대출 만기에 따라 대출 금액이 달라지는 이상한 결과가 만들어지게 되는거야.

결국 정부의 대출 규제는 은행들의 대출 만기를 늘려가는 현상을 만들게 되는데, 이는 외국에서도 이미 벌어지고 있는 현상이라고 해. 스웨덴의 경우 대출 만기가 105년이나 되고, 스페인과 프랑스는 만기가 50년인 대출이 있다고 해.

상식적으로 소득 활동이 끝나면 대출 원리금을 상환하는 것은 무척 어려운 일인데, 이를 감안하면 은퇴 연령인 60세 정도까지만 대출 만기를 정하는 것이 이상적일꺼야. 즉 40세의 근로자가 주택담보대출을 받으면 만기를 최대 20년까지로 설정하고 그 기간 안에 원금을 모두 갚도록 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라는 뜻이지.

하지만 현실에서는 이런 규제가 적용될 경우 연봉이 수억원에 달하는 근로자가 아니면 대출로 집을 사는 건 불가능한 일이 되기 때문에, DSR 규제에 대해서는 다양한 의견이 나오고 있어. 어차피 대출 원금은 집을 팔아서 갚으면 되기 때문에 이자만 갚는 대출을 출시하는 것이 차라리 규제의 실효성을 높이는 것이라는 의견도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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